2020-04-09

뉴욕에서 코로나 환자들 돌보고 있습니다 ......



오늘 쉬는 날이라 멀뚱거리다가 컴앞에 앉았습니다. 그냥 손가락 가는 대로 넑두리 삼아 쓰는 글이니 그렇구나...하는 정도로 보아주시기 바랍니다.

매일매일이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는 야전 병원의 상황입니다. 다른점이라면 비명 지르는 환자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공 호흡기를 단 사람들은 물론 경증 환자들도 숨쉬기가 힘든 사람들이라 병원 전체가 적막합니다. 다만 한시간에도 몇번씩 울리는 Medical Team이라는 응급상황 대응팀을 부르는 방송과 호출 삐삐소리 뿐이지요. 누군가 심정지가 왔다는 콜입니다. 복도에서 사망자를 마주치더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습니다. 

제가 만나는 환자들은 숨쉬기를 힘들어하는 중증 이상에서 인공 호흡기를 단 중환자 까지 입니다. 마스크 밑에 플라스틱 백이 달린건 100% 산소를 주는 장치인데 한두시간 이내에 급격하게 나빠져서 기도 삽관하게 되더군요. 물론 그러다 좋아지는 사람들은 제 소관 밖으로 나가니 알수 없구요. 상태가 워낙 한두시간 사이에 나빠져서 가족들에게 마지막 인사할 기회도 없습니다. 물론 보호자들은 병원에 못들어오니 문자라도 보내야 하는데 의식 상태가 순식간에 나빠지니 연락할 겨를이 없을겁니다. 혹시 몰라 저는 메모장에 좀 적어 두었습니다. 저 나름대로 기준을 정해서 그 상황오면 문자로 가족들에게 보낼 생각입니다. 보낼일 없길 바랄 뿐입니다.

일단 가장 필수적인 인공 호흡기의 수급은 약간 숨통이 틔였습니다. 수면 무호흡증이나 코골이 치료용으로나 쓰던 장난감 같은 기계라도 많이 들어와서 심각하지 않은 환자들에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제대로된 인공 호흡기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한대로 두 환자 공유한다던지 하는 걱정은 않게 되었습니다.

원래 규정대로라면 마스크나 보호 가운은 환자방에 들어갈때마다 1회 사용하고 버려야 하지만 병원 전체가 코로나 환자들이니 교차감염은 걱정 않해도 되니(웃음 포인트입니다) 요즘은 한번 입으면 하루 종일 그냥 지냅니다. 물자가 모자르기도 하고요.

입고 벗고 할때가 가장 위험한대 워낙 육체적으로 끝까지 몰리며 일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져서 실수할때가 종종 있습니다. 환자 보고 나와서 보니 페이스 쉴드를 위로 올린채 들어갔었다든가 하는....

병원 전체가 중환자실로 바뀌다 보니 의료 인력 문제가 정말 심각합니다. 무릎이나 디스크 수술이나 하던(사실 이게 병원 입장선 돈 벌어주지만) 의사나 간호사들, 면허는 있지만 중증 호흡기 환자들 본적도 없는 사람들을 재배치 해서 돌리는데 무섭다고 병가내고 않나오는 사람, 사표내고 나가버린 사람, 일하다 말고 무섭다고 엉엉 우는 사람....은퇴했거가 여러 이유로 환자 치료에서 떠나 있던 사람들 등등 준비 않된 사람들까지(요즘은 이런 인원이 중환자실 경험자들의 몇배가 넘습니다) 투입되서 일하다 보니 손발도 않맞고 의사소통도 않되고 문제가 엄청 나오고 있습니다. 가끔 소리지르며 싸우기도 하고요. 

회복 환자의 퇴원 기준은 어이가 없습니다. 증상만 사라지면 몇일 관찰하다 내보냅니다. 검사 없이요. 집에 가서 자가격리 하라고 주의만 줍니다. 

환자들 인종 분포(공식 아님. 그냥 내가 보는 느낌)를 보면 또다른 심각성이 보입니다. 원래 모든 전염병의 희생자는 저소득층 사람들입니다. 코로나도 마찬가지 더군요. 압도적인 다수가 흑인, 남미계 사람들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작은 아파트에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살다보니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트럼프는 자꾸 중국을 욕하던데 제가 보기엔 오히려 일본의 은폐가 미국(또는 유럽)이 안이한 대처를 가져왔다고 생각합니다. 동료들과 지난 1월경부터 중국, 한국에서의 상황을 가끔 이야기 했었는데 중국과 한국은 후진국이라 저 모양이고 선진국인 일본이 잘 막고 있으니 자기들은 걱정없다고 생각하더군요. 제 기억으로는 한국과 미국의 1번 확진자 발생일이 같은걸로 아는데 그 뒤의 결과는 모두 알고있는 바와 같습니다.

그냥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자판 두드려 봤습니다.


'Aura'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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