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눈폭탄이 내린걸 보다보니 문득 1990년에 겪었던 대폭설이 생각나서
재미삼아 글한번 씁니다. ㅎㅎ
그때 저는 강원도 7번국도를 따라 해안경비대대에서 근무를 서고 있었지요.
지금은 국방개혁에 따라 102기갑여단으로 변경되었지만 그땐 102여단으로
울진부터 22사단밑에까지인가
해안과 내륙을 6개월마다 전환 하며 해안경비와 훈련을 뛸때였습니다.
제가 훈련소 마치고 본대로 와서 두번째로 겪는 겨울이었나..
보통 저녁에 군장검사하고 전반조는 밤 1시까지인가? 그리고 후반조는 일찍
잤다가 밤1시쯤 교대해주고 새벽까지
근무서고 새벽엔 전원투입했다가 아침에 철수하는 방식이었는데
날씨가 굳어지며 파도가 높아지면 다들 대기하다가 비라도 오고 파고가 아주
높아지면 그날은 다들 근무투입없이
티비시청하고 행복한 저녁을 보낼수있었습니다.
2월에도 바닷바람이 너무 추워 제발 파도 안높아지나..만 기다리던 날이었는데
눈소식이 있었어요 저녁에
그리고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밤새 내리고 그다음날 하루종일 내리는겁니다.
보통 부대는 눈이 내리는 중에도 계속 눈을 치우는데 엔만하면 밤새 내리고
다음날 오전쯤이면 그치기 마련인데
그날은 하루종일 하늘이 꺼져라 눈이 내리는겁니다.
틈틈이 눈을 치워보지만 워낙 눈이 쌓이니 하나 마나였죠. 부대원이 교대로
눈을 치우고 있는데 대대에서 모든 근무취소하고
교대로 밤새 눈을 치우고 부식수령라인을 뚫으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부대주변 눈을 치우고 진입로쪽으로 나가는데 거짓말 안하고 제키를 넘기게
눈이 쌓여있는겁니다.
눈이 좀 모인곳은 2미터쯤 되는거 같아요. 난생 처음 눈벽을 마주했습니다.
차길을 도저히 뚫을수없어 두사람정도만 지나갈 너비로 정사각형으로 눈을
떠서 좌우로 날리며 조금씩 전진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구요.
부대진입로에서 7번국도까지 약..2키로정도? 되는 거리인데 밤새도록 모든
소초원이 교대로 눈을 각떠서 좌우로 넘기며 나아갔습니다.
취사장에 부식을 거의 매일 부식차가 오는 방식이어서 부식수령을 못하면
말그대로 쫄쫄 굶게 생긴거죠.
밤새 눈을 겨우겨우 퍼서 7번국도까지 나왔는데 뭐 7번국도는 사방에 버리고
간 차들이 즐비해요.
기다리다가 인사계가 부식받으러 오라해서 지게하나 가지고 여럿이 가니까
부대에서 겨우겨우 7번국도따라 눈치우며 우리소초진입로
까진 왔는데 더이상은 차가 못가겠다고 6군데 줘야할 닭이랑 등등을 다 주고
가는겁니다.
낑낑거리며 겨우 복귀는 했는데 와... 솔직히 좀 행복했습니다.
며칠간 각종 닭요리 해서 정말 잘먹었습니다. ㅋㅋㅋㅋ
뉴스에선 적설량을 138센치인가로 측정됬다고 하더군요.
인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대폭설이었습니다. 힘들어 죽는줄 알았지만 정말
즐거운 추억이었어요.
다들 얘기하면 다 거짓말이라고 안믿더군요.
그러나 진실입니다~ ㅎㅎ
'빙월' 님의 글을 옮겨 왔습니다.
그 때 서울도 종일 눈이 내린 기록적인 날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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