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본 적은 없는데 소싯적에 과외를 좀 했던...
1. 압구정동 H 아파트 S 중학생. 어머니가 엄청 예의가 바르시고 좀 곧은 양반이라고 해야되나 그래서 애한테 물어봄. 부부가 지방으로 사업을 댕긴다길래 그런가보다 했는데 알고보니 부동산 투기꾼? 이셨던거 같음. 첫월급을 생각보다 너무 많이(?) 주셔서 부담스러웠는데 군대가네 뭐네 하다가 그만 둠. 지금 생각해도, 갓 스물 넘은 애나 다름없는 대학생에게 왜 그리 깍듯하셨는지 궁금할 지경. 무엇보다 애 성적이 전혀 문제가 없었음. 반 상위권이었는데, 영어만 80점대 후반? 90점 넘겨달래서 첫 달 수업하고 넘어가니 이번에는 95점 이상. 그래서 다음에 95점이 넘어가니 만점 한 번 받게 해달라고 함. 근데 다음 번에 못 넘김. 애가 껴안으면서 죄송해요 쌤 하던게 기억남(남학생임. 오해 금지 ㅎㅎ).
2. 구반포 아파트. S 여고생. 역시 어머니가 예의가 바르시고 조근조근한 스타일이라고 해야되나 하여간 그랬음. 주말 아침에 갔던 집인데 강남 아줌마들 모여서 인형 눈붙이고 있질 않나(무슨 유니세프 자원봉사라나), 애 아빠(모 대기업 이사)네 직원들 와서 거실 소파에 신병처럼 앉아있던게 인상깊었음(컴퓨터 봐주러 왔다함. 속으로 일요일 아침에 진짜 잣같겠다 싶었음). 애 엄마는 인형눈을 붙이면서도 쓰레기 버리러 아파트 바로 뒤에있는 쓰레기함에 갈 때는 벤츠를 몰고다니셨음. 걍 건물 반바퀴를 운전해서 가는 것. 거실에 있던 아줌마들 본인을 위아래로 찬찬히 스캔하던게 기억남. 나중에 따로 연락온 엄마도 있었음(오해는 금물. 자기 애도 봐달라고). 애는 뭐 천진난만한 애였음. 재미있는게 자기 집이 절대 부자라는 생각을 안하고 있었음. 애가 자주 하던 말이, '부잣집 애들은 이런거 안써요'. 그리고 엄마 목표가 옆 단지 더 넓은 평수로 이사를 하는 것이라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파트가 낡았는데 다른 동네로 간다는 생각을 안하고 있었음(이게 거의 20년전 얘기임). 애들끼리 생일 선물로 4,50짜리 안경테를 주고받는거 보고 깜짝 놀랐었음.
3. 방배동 H 아파트 S 고생. 어머니나 아버지를 본 기억이 없음. 기생충에 나오는 가정부 아줌마?같은 분하고 얘기하고 일 시작했음. 애는 아무 생각이 없는 타입. 애 아빠가 무슨 중견 건설 회사 사장이었음. 애는 남자애가 명품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였음. 온통 다 P 브랜드. 심지어 필통까지도 같은 브랜드 명품이었는데, 과외한다고 가보면 라면 끓여먹고 있음. 야 걍 사먹고 들어오지 시간 다되서 뭐냐고 하면, 앞에 분식점에서 사먹으면 비싸다고 함. 무슨 백일장같은 걸로 수상 경력이 화려한데, 글을 잘 쓰는 것 같지는 않았음. 숙제 안하고 그래서 너 그래서 아빠 회사 제대로 물려받겠냐 하면 이 ㅅ끼 능글거리며 에이 샘 걍 서울대 나온 애들 돈 좀 더 주고 쓰면 돼죠 뭐 이래서 씨알이 안먹힘. 몇 달 하고 그만 두고. 공부는 그냥저냥이었는데 학교 잘 갔음.
4. 역시 방배동으로 기억하는데. 검정고시생. 몸이 약해서 자퇴하고 집에서 공부하던 여학생. 역시 부모는 못 봄. 근데 얘는 엄마가 안방에 있는데 안나온거. 이번에는 무슨 집사같은 아저씨가 페이나 시간같은 조건 얘기하고 애랑 잠깐 얘기하는데 엄마가 모 대학 교수라함. 약간 빡침. 누구 가르친다는 사람이 자식 교육은 하찮은가 하찮은 사람한테 맡기듯이 사람을 대하는건가 싶었는데, 애 상태가 좀 이상함. 애가 예쁘긴한테 무슨 괴기 영화에 나오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머리는 새까만 긴머리, 하얀게 아니라 창백한 얼굴, 거기다 애를 만난 방이 스튜디오처럼 방음이 된 피아노방이어서 더 이상한 기분이 들었음. 약간 오싹해져서 핑계대고 안감.
'dragonlet'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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