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8

60대 남자가 만난 오승근 김자옥 부부 ......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화장실을 향합니다.

변기에 앉아서 위스키라는 말을 수십 번 합니다.

위스키라고 말하면 입꼬리가 올라가서 얼굴에 있는 주름을 제거해줍니다.

주름이 가득한 60대 남자인 저로서는 아주 효과적인 운동입니다.

위스키를 하면서 웃는 것도 빼놓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웃으면 얼굴에 주름이 생긴다며 꺼려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웃으면 얼굴의 주름을 펴줍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위스키가 끝나면 눈운동에 들어갑니다.

전후좌우로 계속해서 움직입니다.

변기에 앉아서 하면 이로운 점도 있습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6년 전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직장에서 가수 오승근을 초대했습니다.

<1일명예민원실장>으로 초대를 한 것이지요.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그를 잘 몰랐습니다.

가수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보통의 키에 안경을 썼고 재킷을 입었습니다.

65세라고 하기에는 너무 젊어보였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그의 목에 주름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 저의 직장에 초대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1일명예민원실장> 자격으로 봉사를 하러 온 것입니다.

봉사에 앞서 대강당에서 강의를 했고 그때 위스키’, 웃음, 눈운동 등을 얘기했던 것이지요.

그가 강연이 끝냈을 때 엉뚱하게도 사회자가 그에게 노래를 부탁했습니다.

가요계의 황태자라며 그를 치켜세우면서 말이지요.

그는 과찬이라며 부끄러워했지만 사양은 하지 않았습니다.

직원들을 향해 세곡만 부를 테니 지정해달라고 했습니다.

누군가가 빗속을 둘이서를 외쳤습니다.

누군가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쳤습니다.

다른 누군가는 처녀 뱃사공을 외쳤습니다.

그가 빗속을 둘이서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너의 맘 깊은 곳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고개 들어 나를 보고 살며시 얘기 하렴

 

그는 두 번째 곡으로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불렀습니다.

그는 노래 부르기 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돈은 아무 소용이 없다.

건강과 행복이 중요하다.

건강을 위해서도 노래를 많이 불러라.

그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야이~야이~~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노래가 경쾌해서 그런지 직원 일부가 따라 불렀습니다.

그는 세 번째 곡으로 처녀뱃사공을 불렀습니다.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그는 세곡만 부른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먼저 나서서 세곡만 부르면 서운해 할 것 같으니 

한곡만 더 부르겠다고 했습니다.

직원들이 힘차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는 떠나간 님아를 불렀습니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밝지를 않습니다.

노래를 부르면서 안경을 위로 밀어올리고 손수건으로 눈을 닦기도 하는데 

그는 울고 있었습니다.

1절이 끝나고 간주곡이 흘러나오는데 그가 말했습니다.

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먼저 떠난 집사람(텔런트 김자옥)이 생각난다고 했습니다.

2절이 시작되었습니다.

 

님아 못 잊을 님아 님아 떠나는 님아

두 눈에 가득 이슬이 맺혀 떠나는 나의 님아

거려거든 울지말아요 울려거든 가지말아요

그리워 못 보내는 님 못 잊어 못 보내는 님

 

직원들 모두가 기립해서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다른 직원들은 어땠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김자옥을 평소 좋아했고 실제 몇 번 본적도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마침 오늘이 월요일이군요.

가요무대를 방영하는 날이지요.

혹시 오승근이 나올지 모르니 시청을 해야겠습니다.

가요무대를 즐겨보면 나이가 들었다고 하는데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습니다.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즐거운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국어사전'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댓글 1개 :

  1. 프로가수의 라이브를 들으면 가창력에 우선 몰입되고 친근함이 생기더군요.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