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3

어느 간호사가 쓴 코로나 관련 글 ......


그냥 82회원분들께 서울의 한 종합병원과 주변 분위기를 알려드리려고 씁니다. 
외출도 자제하는 분위기인만큼 다른 동네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들어보는 것도 쓸데없도 정체모를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더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한강이 코앞인 종합병원에 어머니 수술로 보호자 입장이 되어 와있습니다
오는 동안 지하철과 길거리 사람들 중 98프로 정도가 마스크를 꼈더군요. 
신천지의 비상식적인 종교이기주의와 참으로 대조되는 모습이었어요. 
지하철 내에서도 서울시에서 나온 두분이 순찰조마냥 칸칸이 다니면서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목적지 역에 도착하니 평소 지하철역에서 연결되는 입구는 폐쇄되었고 후문을 비롯한 다른 문도 다 폐쇄하고 정문만 열어서 일렬로 들어가면 마스크와 보호장비를 갖춘 직원들이 일일이 열을 재고 몇가지 질문을 하고 손소독을 하게 하고 들여보냅니다
거기를 지나면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서 다른 직원이 보호자인지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거나 확인하고 환자와 매치하는지 확인하고 들여보내줘요. 
목적층에 도착하면 바코드로 문을 열고 들어가고 입원실에 가게 되는데 층마다 마련된 휴게실도 코로나 예방차원으로 임시폐쇄 했더군요. 
거기있는 환자들과 보호자, 의료진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가 없는 보호자는 마스크를 줍니다. 
마스크가 박스채 있었지만 공짜라고 마구 가져가지는 않고 필요한 사람만 가져가요. 

직접 와보니 환자당 보호자 1인 제한이 참으로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이 없으니 떠들 일도 없도 먹고 마실 일도 없고 복도가 어수선할 일도 없어요.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해서 다들 치료와 회복에 집중할 수 있어서 앞으로도 1인 면회제한이 모든 병원의 규정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간호사인지라 비닐 보호장비를 두르고 마스크 끼고 몇시간을 서서 신경 곤두세우고 열재고 질문하고 사람들 일일이 소독시키고... 참으로 땀나고 다리아프고 힘든 일인줄 알기에 그렇게 병원, 지하철, 나아가 질병본부, 나라 곳곳에서 방역에 잠못자고 힘쓰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정부도 애쓰고 국민들도 애쓰는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행동함으로써 그 외의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과 안전, 생계를 해치는 것에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그 이기주의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 식사를 도와드리고 밖에 나와 병원 근처에서 저녁을 먹는데 저녁 뉴스에 신천지 신도들에 의해 확진자가 폭증하고 확인되지 않은 그들의 행적에 확산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내용이 나오자 식당 여기저기서 한마디씩 하더군요. 
82에서 하도 정부탓하는 글이 많아서 오프는 어떤가 궁금했는데 다들 신천지 때문에 다 무너졌다고, 신천지가 교회에 파고들어가 암약하기 때문에 저들에 의한 확산이 두렵고 짜증난다고, 정부가 검사하는데 협조도 안하는 사람들은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가뜩이나 예민해진 탓에 사람들의 목소리에 화가 묻어났어요. 

뉴스 화면에 폐쇄된 신천지 교회 건물이 나오는데 진리와 평화라는 글자가 교회 입구 돌에 새겨져 있더군요. 
그 진리와 평화는 대체 무엇인지...... 진정 그 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들은 쉽게 내세우지 못하는 말들인데...
저와 부모님은 한국에서 말하기 부끄러운 기독교인입니다. 
개독이라 불리워도 할 말 없는 교회와 직분자들의 모습, 인정합니다. 
그런데 저희 교회 목사님이 부모님께 전화를 하셔서는 이번 주일 예배는 나오시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신천지 신도들이 가장하여 예배에 나온다는 제보를 여러군데서 받았다고. 
교인이 만명이 넘어서 예배도 5부로 나누어 드리는데 이번 주일 예배는 각자 집에서 드리는 것으로 결정하셨대요. 
교회는 그 교회가 속해있는 공동체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 맞죠. 
만명 넘게 모이는 집회 하나는 줄었으니 그만큼의 걱정은 더셔도 됩니다 ㅎㅎ

다들 열심히 협조하며 쌓은 탑이 무너지는 걸 그대로 바라봐야하는 심정이 참으로 힘들고 화가 나지만 이 땅에 사는 한 이겨낼 수 밖에 없지요. 
그걸 무너뜨리는 사람들은 반드시 그 책임도 지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껏 그래왔듯이 공동체가 정한 지침에 따르고 협조하며 자기 몸 자신이 지킵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길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내 이웃을 지키는 길이고 다시 돌아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키는 길이 됩니다. 
힘들고 쉽게 끝나지는 않겠지만 조심하며 다같이 건강하게 버텨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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