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련 종사자입니다.
오늘 태풍관련하여 그 예상진로를 미국과 일본과 비교하여 기상청은 믿지 못한다.
병신이라는 말까지 하시는데...
기상관련자로 한숨이 나와 한마디 하겠습니다.
일단 일반적 관점에서
태풍의 예상경로를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일단 미국은 태풍예보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전지구모델 결과를 표출할 뿐이죠. 전지구모델은 보통 6시간마다 계속 업데이트 됩니다. 따라서 태풍의 경로도 그냥 모델결과에 따라 6시간마다 업데이트 될 뿐이죠.
일본은 여기에 더해 앙상블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태풍의 경로를 잡습니다. 앙상블은 쉽게 말해 12시간 마다(00UTC, 12UTC) 몇십개의 모델을 동시에 돌립니다. 관측의 한계때문에 초기장을 정확하게 입력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초기조건을 조금씩 바꾸어 동시에 모델을 돌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온 결과를 확륙적으로 예보하죠.
뭐. 우리나라도 거의 일본과 유사합니다. 6시간마다 모델을 돌리고 12시간 마다 앙상블 런을 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상청 내부에서는 6시간마다 결과가 나옵니다. 거기에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태풍의 경우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모델의 결과를 종합 분석하여 보도자료로 보통 12시간에 한번 혹은 그 이상 나갑니다.
보도자료는 방송(아침뉴스 및 저녁뉴스)때문에 새벽 4시와 오후 5시를 타겟으로 나가게 됩니다. 태풍의 경로가 심하게 바뀌지 않는다면 보통은 이렇게 나갑니다. 물론 이번같은 상황에서는 그보다 더 자주 나가겠네요.
따라서 일본이나 미국의 예상경로가 바뀌었는데 한국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다 (쁘라삐룬이 이래서 손석희가 뉴스에서 깠죠...헐...)라는 것은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일본이나 미국의 홈페이지는 그저 모델을 그냥 뿌린것에 불과합니다.
이번 태풍에 관해...
초기에는 대한해협을 통과할 거라고 모든 모델이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계속 예보관들에 의해 모델 예측보다 서쪽으로 치우친다고 계속적으로 조정했습니다. 그래서 초기부터 우리나라에 태풍이 온다고 계속 예보했습니다. 제주도 서쪽으로 해서 서해안으로 북상한다는 것도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계속 주장했습니다. (이때 일본이나 미국, 우리나라 모델도 제주도를 관통해서 올라갈 거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뭐.... 변명하자면 많지만 접어두고... 이번 태풍에 관해서만 말씀드리면
이번 태풍경로의 관건은(세부적이긴 하지만) 20호 태풍 시마론과의 상호작용(후지와라 효과)입니다.
시마론의 속도가 조금 빠르고 세기가 크다면 19호 태풍 솔릭은 제주도 서해상에서 동쪽으로 방향을 바꿀때 예상보다(태안반도 상륙 및 서울 남쪽을 지나가는 경로) 더 동쪽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전라북도를 관통하여 충청, 강원도로 가는 방향으로 가겠지요. - 지금 미국 모델과 일본 앙상블 평균이 이 경로로 조금 수정된 결과를 보였습니다. (아마 12UTC 모델; 우리나라 21시 모델 결과 일 듯) 이 결과가 다른 모델 (한국 기상청이 쓰고 있는 UM 모델 및 ECMWF 모델)과 비슷하다면 아마 내일 새벽 기상청도 비슷하게 경로를 수정하여 발표할 것입니다. (참고로 기상청 내부에서도 시마론의 세기가 세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와 비슷한 예측경로를 고려했습니다. 물론 이때는 약간 이동속도가 더 느려질 수도 있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마론의 속도가 지금 예상보다 더 느리다면 태풍은 인천 앞바다를 통과하여 북한쪽으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오후 확인한 바에 의하면 많은 모델들 (세계 일등 모델은 유럽 ECMWF 모델과 우리나라 UM모델 포함) 이 경로의 일치(기상청 발표와 같음)를 보였습니다. 세부적으로는 기상청 예보관들이 예상한 것은 ECMWF 모델보다는 조금 빠르게 지나가고 UM모델 보다는 조금 세기가 약하게 예보하였습니다.
암튼 말이 산으로 가고 있지만.... 기상자료는 UN에 의해 전세계가 공유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모델 결과도 대부분 마찬가지입니다. 태풍의 이동경로가 미국과 일본이 바꾸면 우리나라가 나중에 따라간다고 욕하시는데, 그건 잘못 이해해서 그렇다고 변명해 봅니다.
우와빈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태풍경로 #나라별 비교 #기상관련 종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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