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04

심심해서 써보는 취사병 이야기 ......펌글






03군번 공군 취사병이었는데.. 
요즘은 아마 많이 달라졌을테니 
 옛날에는 그랬다더라..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네요.

 1. 취사병이 되는 법

아무도 취사병이 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하면 100% 됩니다. 취사병은 헌병, 방공포와 함께 공군 3D이고 그중에 수장으로 손꼽힙니다.
- 훈련소 특기 1, 2, 3지망 선택 전략을 잘 못짠 멍청이들도 취사병으로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 과거 골프병 TO가 취사병으로 잡혀 있었기 때문에 골프병 지원하는 사람들도 취사병으로 왔습니다.
- 그러나 지원자보다 골프병 TO가 적으면 골프병이 되지 못하고 취사장으로 끌려갑니다.
- 실제로 제 동기중에는 골프 특기로 입대하였으나 다른 2명의 골프특기가 세미프로였고 이 친구는 아니어서 취사특기로 어느 산 방공포로 보내져버린 친구가 있습니다.  상병때 그친구가 직접 전화해줘서 알았네요.. 그때 울먹이던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납니다.
- 호텔조리학과, 제과제빵도 많이 옵니다. 지원해서 온건지, 지원이 미끄러져서 온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 후반기 5주간의 훈련을 받습니다만 이때 후반교육은 1도 도움 안됩니다. 

 2. 메뉴 선정

- 소규모 독립부대가 아닌 이상 보통은 그 지역관련 군수지원단에서 매달 1달치 메뉴가 정해져서 나옵니다.
- 즉 그 달 어떤 메뉴 어떤 부식이 나올지는 미리 알고 있습니다.
- 아무리 메뉴 바꿔달라고 취사병한테 욕해도 어쩔 수 없다는거..
- 저희도 메뉴 엿같으면 똑같이 한숨쉽니다. 취사병도 똥국 싫어합니다. 아무리 맛있게 만들어도 그냥 심리적으로 싫어합니다.
- 일부 파견부대의 경우 취사병이 메뉴 선정, 장보기, 조리를 전부 담당하기도 합니다.

 3. 맛

- 소규모로 만들수록 무조건 맛있습니다. 1100명분 만드는 식당보다 250명분 만드는 식당 밥이 무조건 더 맛있습니다.
- 조미료는 다시다, 미원이 다 들어옵니다. 안쓰면 감사때 한소리 듣습니다. 조미료 맛이 나고 늘 똑같은 맛이나도 어쩔 수 없습니다.
- 취사병 개인의 재능에 따라 맛에 차이가 심하게 납니다. 아니 저놈은 어떻게 똑같은 재료로 이런 신박한 맛을 내지? (긍정/부정 모두) 하는 사람들이 꼭 하나씩 있습니다.
- 조리학과 나왔어도 못하는 놈은 요리 못합니다.
- 계량기 달라고 한 정신나간 놈도 있었습니다. 
- 군수지원단에서 나오는 1달치 메뉴에는 장병 1인당 들어가는 양이 적혀 있습니다. 예: 돼지고기 250g, 고추장 15g 그럼 대략적으로 이 수치에 취사인원을 곱한 양을 솥에 때려 넣습니다. 나중에는 1인분 수치만 봐도 얼마만큼 넣으면 맛이 나겠구나..하는 감이 오게 됩니다.

4. 양

- 각 취사인원 1인당 배식하는 양이 정해져 있습니다.
- 그런데 저울로 측정하지 않는 한 보통 얼마만큼 줘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보통 감으로 줍니다.
- 감으로 얼마나 줘야 하는지 모를때는 모자르는것보단 남는게 낫다, 최소한 모든 장병이 식사를 해야한다가 기준이기 때문에 좀 더 적게주기도 합니다.
- 신메뉴, 간보기 메뉴의 경우 초기 배식량이 굉장히 적게 배정됩니다. 처음 비엔나소세지 볶음이 나왔을 때 적정 배식량은 소세지 3개 였습니다.
- 조리과정중에 실수, 재료 손질과정에 실수, 재료 보관과정의 실수, 애초 안좋은 상태의 재료가 있는 경우 배식량은 역시 줄어듭니다.
- 배식을 하다가 음식은 꽤 남은 것 같고 남은 배식인원은 적은것 같을 때에는 자율배식을 하기도 합니다.



5. 부식

- 맛스타에는 정력감퇴제가 없습니다.
- 가장 인기 없는 음료는 양파 음료였습니다.
- 가장 인기 없는 아이스크림은 죠스바였습니다.
- 가장 인기 있는 아이스크림은 메타콘이었습니다.
- 갑자기 망고가 유행해서 들어온 망고 음료는 마시면 일부 장병들이 두통을 호소하였습니다. 
- 아이스크림 2개 가져가는거 다 보입니다. 다 잡아냅니다.
- 우유 1일 배급량이 200 ml -> 250 ml 로 변경되면서 박스 크기가 변해 전 취사병이 냉장고 앞에 모여 앞으로 어떻게 박스를 쌓아 넣어야 하나 회의 한 적 있습니다.

6. 인기메뉴

- 꼬리곰탕이 2년간 부동의 1위였습니다.
- 만년 2위는 부대찌개였습니다.
- 돼지불고기 소불고기는 언제나 인기였습니다
- 신흥강자는 비엔나소세지 볶음, 고추참치볶음, 그리고 스파게티, 냉면, 짜장면이었습니다.
- 면류는 불기 때문에 그때 그때 삶아야 해서 정말 힘들었습니다.
- 단 스파게티면은 미리 해놓을 수 있어 좋았네요.
- 냉면 육수는 가루로 나온걸 물에 타서 전날 냉장고에 넣어놨었습니다. 육수 맛 더럽게 없더군요
- 짜장면에 짜장은 깡통에 든걸로 들어와서 맛이 좋았습니다
- 짜장밥에 짜장은 춘장따로 돼지고기 양파 따로들어오는데 춘장의 양이 턱없이 적게 들어와서 맛이 없을 수 밖에 없었습다. 
- 대부분의 소고기는 호주, 뉴질랜드 산인데 떡국, 비빔밥 메뉴에만 한우가 들어왔습니다. 단 이 경우 애초 배정량이 굉장히 소량입니다. 
- 사회에서 조류독감 파동이 나면 실제로 닭이 많이 들어옵니다. 죽은 닭이 아니라 미리 처분한 닭들이 들어오는 겁니다. (죽은 닭은 티가납니다.)

 7. 기억에 남는 이상한 사람

- 생선 조림인데 무만 달라고 한 사람
- 잔반 검사를 한다 했더니 소금/고추통에 잔반 숨겨놓고 도망간 사람
- 모두가  맛김봉지, 우유곽을 따로 분리해서 버리는데 혼자 맛김봉지 버리는데 우유곽을 그것도 잘 찢어서 버리던 신임 하사
- 자기 사회에서 하는 헬스 대회 나가야 하니 매일 계란 30개씩 삶아 줄 수 있냐고 주임원사 데리고 와서 징징거렸던 상병
- 어짜피 너네 가스 남는거 아니냐며 체육대회때 고기 좀 볶아 달라 했던 상사 (매달 정해진 양만큼 들어옵니다.)
- 어짜피 너네 우유 남는거 아니냐며 체육대회때 우유 좀 갔다 달라 했던 위에 그 상사
- 자기네 회식하는데 식판/젓가락/수저 빌려달라했는데 결국 안돌려줬다가 나중에 활주로에 사병이 이거 식당거 아니냐고 몇개 돌려주게 만든 위에 또 그 상사 


#취사병 이야기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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