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이 죽었다. 오전부터 찌는 듯한 더위에 무기력해질 즈음 그의 부고는 스마트폰 알람을 통해 전달되었다. 잠금화면 위로 떠오른 팝업 창을 무심코 내려보다가 멍해지고 말았다. 기사 내용 없이 제목뿐인 뉴스 속보 페이지를 확인하면서, ‘노회찬이 왜?’라는 의문이 문득 떠올랐을 뿐이다. 아마도 그 의문은 그가 죽음을 선택했을 법한 이유가 선험처럼 싸늘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 정치인이 자청하여 걸어온 외길의 막바지가 절벽이라니. 이제와 생각해보니 미디어를 통해 전달된 그의 웃음 뒤에는 자주 씁쓸함이 묻어 있었던 것도 같다. 그의 유서에서 읽히는 한순간의 후회와 회한 때문에 마음이 더 무겁다. 부정할 수 없는 일생의 신념 앞에서 자신을 부정하느라 얼마나 고뇌했을까. 그나 나나 돌이킬 수 없는 밤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그는 풍자와 해학에 능했으나 그 대상은 약자와 고통 받는 사람들을 향하지 않았다. 그의 촌철살인의 말들은 늘 부당한 권력의 핵심을 향해 있었다. 무엇보다 그는 정치적 싸움에 있어 거짓이나 왜곡을 자신의 무기로 삼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이 과거가 되어 가고 있다. 그의 죽음이 안타까운 것은 노회찬이라는 개인의 죽음과 함께 ‘노회찬 같은’이라는 정치적 유산의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가 훌륭한 정치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정치인이 훌륭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우리 정치사에 노회찬이라는 정치인이 있었다라고 되뇌어봄직한 그런 이 중 한 사람임에는 분명하다. 이제 노회찬은 없다. 그래서 ‘노회찬 같은 정치인’이 여전히 그립고, 그저 아픈 밤이다.
저문강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노회찬 #풍자와 해학 #정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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