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방탄의 인기비결은
1. 음악
유럽과 미국의 댄스음악의 트렌드를 잘 반영해서 한 앨범에서 여러가지 장르를 시도하면서 다양한 색채를 보여줌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은 이모 랩/힙합 장르인데 (그 이모가 아니라 emotional 할 때 emo). 언더그라운드에서 있다가 작년부터 주류로 올라오기 시작한 서브장르.
가사만 빼면 자국에서 유행하는 음악에 비교해도 이질감이 없고 귀에 쏙쏙 들어옴
보컬의 음색이 독특함 (특히 뷔의 낮은 저음이나 지민의 가늘고 높은 고음)
2. 뮤직비디오
방탄소년단 하면 뮤비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죠. 일단 퀄리티가 엄청 높아서 리액션비디오 보면 미국의 영상관계자나 음악관계자들도 놀람
카메라워크나 뮤비세트 등 예산과 공을 많이 들이고 치밀하게 준비한 게 티가 납니다.
거기에 꽃, 불, 물 등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여러 뮤비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하는데 이게 유기적으로 연결해서 해석이 가능하고, 이외에도 뮤비를 관통하는 자기들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각 멤버들을 캐릭터화해서 떡밥을 엄청 깔아놓고 다음 뮤비에서 회수함
그래서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디씨갤러리 비슷한 곳) 방탄 게시판에 가면 뮤비 해석에 대한 팬 이론과 분석이 활발하게 올라오고 유튜브에도 영상으로 올라옴
그리고 세계적 문학작품(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나 명화 등에서 비주얼 모티브를 차용해서 숨은그림찾기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어요
아무리 세계적 팝스타라고 해도 보통 뮤비는 남자 가수가 메인으로 노래하고 야한 옷을 입은 예쁜 여자가 뮤비 주인공으로 나오거나, 아니면 랩퍼들이 클럽 같은 데서 랩하고 야한 옷을 입은 백댄서들이 뒤에서 춤을 추거나 아니면 아예 안무 위주로 가는 등 정해진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 방탄의 뮤비는 그런 면에서 좀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겠죠. 제가 생각할 수 있는 비슷한 예는 비욘세의 레모네이드 비주얼 앨범 정도 밖에 없네요.
개인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는 피 땀 눈물 뮤비
3. 가사
랩음악에는 스웩, 돈자랑 가사가 대세에 여성비하, 마약, 술 등 얘기가 많은데 비해 방탄가사는 단지 사랑이나 남녀관계에서 오는 설레임, 행복, 슬픔, 아픔 등의 감정뿐만이 아니라 10대, 20대 혹은 그 시절을 겪었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그 나이대에 하는 고민들을 진솔하게 반영한 가사가 많음
어른이 되고 책임감이 생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선택한 길,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건지에 대한 의문,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한계에 대한 좌절감 등
비록 들을 때는 가사 뜻을 몰라도 번역된 가사를 보면서 공감하고 힐링받는다는 팬들이 많음 (특히 진이 솔로로 부른 Awake같은 노래)
유튜브에 가면 멤버별로 컬러로 구분해서 올라온 가사영상 널렸어요
가사 검색하면 한국어 가사 + 알파벳 음역 + 영어 번역 세 가지 같이 올려놓은 사이트 많이 나옴
새 앨범 나오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올라와서 깜놀했네요
4. 안무
세계음악시장에 백스트리트보이즈, 엔싱크 이후로 풀안무로 격렬한 춤을 추면서 노래까지 하는 그룹은 K-Pop 이전에는 없었던 걸로 알고 있음
이건 방탄 뿐만 아니라 다른 K-Pop그룹에도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건데 칼같이 딱딱 맞춰서 하는 군무는 K-Pop 팬이 아니어도 진짜 감탄할만 하죠
5. 풍부한 콘텐츠
솔직히 공연이야 한 곡에 끽해봐야 4-5분이고 정해진 안무에 정해진 표정이고, 인터뷰도 늘 비슷한 질문이라 새로울 게 없어서 식상하고 앨범 홍보 기간이 아니면 방송에도 잘 안나와서 근황이 궁금할 수 있는데, 앨범 활동 이외에도 자체 예능프로그램 (달려라 방탄, 꿀에펨) 등을 제작해서 충분한 볼거리를 꾸준히 제공하고 본보야지 등의 인터넷방송으로 민낯에 추리닝/잠옷 차림의 멤버들의 꾸밈없는 모습을 보여줘서 팬들이 느끼는 거리감을 좁히고 멤버들에 대한 친근감을 극대화시킴
기획사에서 계획해서 만드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멤버들이 카메라 들고 서로 찍기도 하고 그래요
자체 방송에서 자기들끼리 티격태격하면서 서로 놀리고, 웃기고, 싸우고, 화해하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팬들은 인간적인 모습에 점점 반하게 됨
해외팬들은 어떻게 이해하냐 궁금하실 수 있겠는데 영상이 올라오면 귀신같은 속도로 영어 자막 추가한 팬 영상이 올라오고 요즘 Vlive에 올라오는 건 아예 자막도 같이 올라오는 거 같더군요
6. 아미 팬덤
옛날 같았으면 한국의 아이돌그룹 좋아한다 그러면 취향 이상한 애로 취급받았을 텐데 요즘은 인터넷 커뮤 게시판, 트위터 등으로 팬들끼리 서로 소식 나누고 공감하고 하면서 연대감과 소속감이 생겨서 방탄팬이라는 자긍심(?)같은 게 있는 것 같음
그리고 아미들 조직력+행동력 무서워요
빌보드 소셜 아티스트 투표독려에 Fake Love 뮤비 나오자마자 기획사에서 시킨 것도 아닌데 자기들이 나서서 집에 있는 컴, 노트북, 전화기 동원해서 24시간 동안 유튜브 시청기록 세우겠다고 스트리밍하더니 역대 3위 기록 달성
거기에 fan chant라는 떼창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로 공연을 볼 때 그냥 감상하고 소리만 지르는 게 아니라 팬들에게 할당된 파트를 외치면서 참여하는 재미가 있죠 (이건 다른 K-Pop 그룹에도 해당합니다)
아래 영상 보시면 미국에서 방탄 팬덤의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확 와닿을 겁니다
참고로 앨범 발매일은 5월 18일, 빌보드 공연은 5월 20일인데 fan chant 다 외워서 하는 거 보면 진짜 인기 대박이라는 거 실감나요.
어쨌든 입덕한 지 얼마 안 된 팬의 입장에서 방탄소년단이 잘나가는 모습이 대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서양에서는 오랫동안 동양인 남자하면 남성적인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인식도 BTS의 인기를 통해 점점 바뀌고 머지않아 동양계 배우가 미드나 로맨스 영화에서 당당하게 남주를 맡는 일이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smi 님의 글을 옮겨왔습니다.
#방탄소년단 #해외 인기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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