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4-19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한 내과의사의 생각 ....펌글





2017 12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미숙아 4명이 집단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당시 미숙아 4명이 동시에 사망한 것을 두고 사망 원인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고
결국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 졌습니다 

경찰은 이를 분주 (주사제를 나눠서 투여하는 것)에 의한 감염으로 보고 
관련된 의료진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 했고 3명이 구속 되었습니다

의료계는 3명의 구속 수사에 대해 반발을 했고 
구속 되었던 3명중 조수선 교수는 4 13일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났습니다 

많은 분들이
분주라는게 절대 해서는 안되는데 단지 돈을 아끼거나 의료진의 편의를 위해 관행으로 이루어졌고 
심평원에서 분주를 금지하는데 병원 측에서 분주를 하고도 한병씩 쓴걸로 부당청구를 했으며
구속 수사에 대해서도 사람을 죽였으니(!) 구속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 했죠

20여년전 의약분업 사태 때 모든 언론이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집단 이기주의'라면서
의사들을 비난하고 의약분업 칭찬 일색일 때
딴지일보에 의약분업의 문제점을 지적해준 글이 올라와서 참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사건도 나름 큰 사건임에도 딴지일보 대문에는 의료진의 입장에서 쓴
관련 기사 하나 올라오지 않아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1) 사건의 개요


12 15일 간호사가 스모프리피드 500ml 연결해 놓은 수액세트에서 50ml를 분주해 아기 5명에게 투여 했습니다 
문제는 오전 11 30분경 분주를 했고 이를 오후 5-8시경 투여를 해서 5-8시간 가량 상온에서 보관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균은 공기중으로 감염되는 균이 아니고 접촉을 통해 감염 되기 때문에
(1) 스모프리피드에 수액 세트를 연결 할 때, (2) 분주 할 때, (3) 신생아에게 주사할 때
균이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감염 경로는 의료진의 손일 가능성이 높지만
역학 조사 만으로 이를 증명하기 어렵고

담당 간호사는 진술상 손을 깨끗하게 씻고 분주와 투여를 했다고 하니
이제 초점은 분주 자체에 맞춰지게 됩니다



(2) 분주 자체가 문제인가 ?


이번에 분주가 문제가 된 스모프리피드 지질제 입니다.

경찰이 의료진을 기소 의견으로 판단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저 분주 입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스모프리피드의 분주를 
'주사제 안전사용 가이드'와 질본 '의료관련 감염 표준지침'의 권고사항을 위반했다고 경찰에 회신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분주 자체가 문제였을까요 ?


스모프리피드는 미국에서도 분주 사용이 권장되고 있는 주사제 중 하나입니다
하버드 의대 교수가 해당 제품의 분주 방법을 설명하는 교육 비디오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고
분주가 용량 과다를 막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하는 논문도 있었습니다 


미국 정맥경장영양학회(ASPEN)에서 1세 미만의 영아에 대한 지질영양제 분주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81%가 이대목동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분주 하고 있다는 내용을 2017 7월 발표 했습니다.

지질제를 그대로 투여할지 분주할지 장단점을 고려해서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 입니다 

분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분주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죠

만약 제대로 손을 세척하지 않거나 바이알을 개봉한 후 바로 주사하지 않으면
설사 분주를 하지 않고 바이알 하나로 한명에게 투여 하더라도
감염의 위험성은 제대로 분주 했을 때보다 높아지게 됩니다   

게다가 현재 해당 제약사가 스모프리피드의 최소 용량을 100ml만 생산하기 때문에
미숙아의 체중에 맞게 10-20ml씩 뽑아서 투여를 해야 하는 경우 
바이알에서 주사기로 뽑는 과정이 불가피하여 감염 가능성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100ml 한병에서 20ml 5개의 주사기에 나눠서 분주하는 것과
100ml 다섯병에서 20ml 5개의 주사기에 뽑고 나머지를 폐기 처분 하는 것

미리 뽑아두고 오래 보관할게 아니라면 감염 확률이 차이가 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후자가 시간이 더 걸리고 남은 다량의 주사제를 폐기하게 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미국이 괜히 분주를 권하고 있는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3) 심평원의 입장은 ?

사건 발생 후 대한신생아학회가 전국 77개 신생아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정맥용 지질주사 사용 실태 조사를 실시 했습니다
조사 대상 의료 기관 중 44.2%가 이대목동병원 사건 전까지 주사제 1병을 환자 2명 이상에게 분할 투여하고 있었다고 답했고
이중 7개 병원은 지질 주사제 삭감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지질주사의 분주가 이루어지는 이유 중에는 심평원의 삭감이 추가 됩니다  

한편 심평원은 지난 1 15일 해명자료를 통해 
2017 1월 이후 부터는 지질제제(스모프리피드리포엠티씨주)에 대한 삭감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해당 해명자료에서 삭감이 없었다는 것은 이대목동병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실제로는 타병원의 경우 2017년에도 지질제제 (리포엠티씨주)에 대한 삭감이 이루어졌음이 밝혀 졌습니다 


심평원의 심사 기준대로라면 분주가 금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주를 장려한다고 봐야 맞습니다 


그동안 심평원의 입장은

바이알 하나를 까서 쓰면 쓴 만큼 값을 쳐주겠다
바이알 하나를 까서 쓰고 버리면 하나 값으로 쳐줄 순 있는데 왠만하면 그러지 마라
바이알을 까서 쓰고 남은 것을 쓸 수 없다면 우리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대라
우리 생각엔 그럴만한 이유라는건 거의 없으리라 본다

이런 얘깁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스모프리피드분주가 잘못된 거라고 경찰에게 회신했고
심평원은 그동안 (스모프리피드분주를 사실상 허용해 왔으니 의료진들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어렵다는 것이죠 

실제로는 분주를 하고 한병 값을 청구한 것을 지적하는 분도 계시는데
심평원이 이를 몰랐을리 없습니다 

병원 지질영양제 납품 건수와 청구 건수만 비교해 봐도 바로 알 수 있는데 
삭감 대마왕 심평원이 이를 몰랐다기 보다 알고도 묵인해줬다는게 맞습니다   

분주를 통해 심평원 청구 건수가 줄고 병원 입장에서는 중환자실의 적자를 줄일 수 있으니
둘다 윈윈 이었다고 봐야죠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청구의 위법성일뿐 의학적 위법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부당 청구라고 할순 있지만 과실 치사로 보긴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질본경찰과 언론이 분주 자체를 악의 축으로 만들어 버려서 
이제 대한민국 중환자실에서는 분주 자체를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습니다


(4) 구속 수사가 적절했나 ?

의료진 구속 당시 의료계에서 반발을 했을 때도 의료계를 욕하는 분들이 많았고
4 13일 조수선 교수가 구속에서 풀려났을 때는 법조계를 욕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구속이 부당하다 = 해당 피의자는 무죄다 ?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법알못인 저도 구속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일 때 이루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법조계에서 의료인의 구속에 대해 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많이 보였습니다  
구속 당한 3명 모두 도주의 우려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게다가 조수선 교수는 유방암 3기에 항암치료 중이라 무리하게 구속한 면이 더 컸습니다

한편으론 여론을 생각해서 의료인들을 구속 시켰다고 볼수도 있지만 이것도 문제입니다
여론이 구속 사유를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되어 버리는 예가 되니까요 

애초에 불구속 수사를 했다면 왜 구속 안시키냐고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진 않았을 겁니다
구속 후에 의료계에서 구속이 과한거 아니냐고 하니 뭔 염치로 구속을 반대하냐고 몰매를 맞게 된거죠

(5) 문제는 기레기


이런 사건이 터지면 하이에나 처럼 달려드는게 바로 기레기들입니다
정권이 바뀌면 기레기들도 상대를 봐가면서 물어 뜯거나 핥아대거나 하는데 의료계는 정권 불문하고 항상 물어 뜯깁니다  

사건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사하기 보다는 환자 죽어나가는 '중환자실' '야식파티했다는 자극적인 기사를 뽑아내기 바쁘죠 
제가 일반인이어도 저런 기사들을 접하면 의료진들을 욕할겁니다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다른 나라의 지질제제 분주 실태와 우리 나라의 분주 실태를 비교하고
한국 중환자실 감염 관리 실태중환자실 의료인력의 수급 상황처우 등을 분석해서 다뤘을 것 같습니다 

뭐 애초에 그럴만한 의지나 능력이 있었으면 기레기라는 말이 안나왔겠지만요 


(6) 신생아 중환자실의 현실  

이번 사건은 질병관리본부의 헛발질과 심평원의 책임회피로 분주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기소된 의료진 역시 분주 행위와 분주와 관련된 교육 등과 관련된 이들이었습니다

<출처 : 메디게이트 뉴스>


중환자실특히 신생와 및 소아 중환자실은 적자를 피하기 힘들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고
업무 특성상 더 많은 의사간호인력이 필요하지만 지원자가 없는 것을 그들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습니다  

현재 근무 중인 신생아 세부전문의는 130여명으로 전문의 1명이 14개 병상을 담당해
미국의 6개 병상일본의 7개 병상에 비해 두배 이상의 로딩을 담당하고 있고
간호사는 1급 병원의 경우에도 환자 1인당 3.4, 2등급은 4.5명으로
미국의 최저 기준인 1인당 2명에 크게 못미치는 실정입니다

어린이집 교사가 아이들 돌보는 것도 아니고
고위험 미숙아를 돌보는데 간호사 1명이 서너명 이상을 봐야 된다는 건 정말 위험한 것이죠

정적 수준의 의료 인력이 갖춰지지 못하면
적정 수준의 의료 행위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의료 인력 개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경영의료 정책 같은 큰 범주 내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7) 개선되어야할 점

만약 비용을 떠나 최선의 선택을 한다면

미숙아에게 투여하는 TPN(종합영양수액), 지질제제는
병원 약제부의 약사가 멸균 공간인 ‘클린벤치에서 조제하거나 소분(小分
간호사는 그것을 투여만 담당하도록 하면 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론 거의 불가능합니다
추가로 약사 인력을 구해서 업무를 맡기거나 추가 수당야간 수당을 주는건 병원 측에선 부담스럽습니다

그게 어렵다면 분주 할때의 감염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제약회사에게 지금처럼 최소 100ml가 아닌 20ml정도의 작은 바이알을 생산하게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적자 운영을 피할 수 없는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멸균 가운이나 일회용 장갑 등의 감염 예방 물품 등이 의료수가에 포함되지 않아
그런 물품들을 맘껏 사용하지 못하게 되거나

간호사들이 시간과 일에 쫓겨 손씻기 같은 손 위생이나 수액 개봉 및 투여 수칙을
FM 대로 하지 않는 일이 없도록 만들어 줘야 합니다

이번 사건이 신생아 중환자실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계기가 될지
그냥 ‘분주 행위 금지와 관련 의료인 처벌’ 뉴스만 큼지막하게 나와서 여론을 잠재우고
다시금 중환자실의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가지고 가게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다행히 복지부가 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신생아학회의 진심어린 사과와 위로가 복지부를 움직여서
복지부가 정책 수립에 학회 의견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고 하는 내용입니다

진심어린 사과가 없었다면 학회 의견을 반영하지 않으려고 했던 건지
그 동안의 정책 수립에는 학회 의견은 적극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인지 좀 혼란스럽습니다

결국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바에 따라 의료의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신생아 중환자실의 시스템은 좀더 개선될 것이 분명 합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몰라도 의사들 월급이 과하다는 뉘앙스의 기사가 4 15일 올라왔습니다 
정책 개선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충당할지는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다른 진료과의 의료수가를 깎아서 신생아 중환자실 개선에 사용하겠죠

그러면 언젠가 다른 과에서 또 문제가 터질 겁니다
정부가 돌려막기 좀 그만하고 제대로 된 의료 정책을 내놓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 바뀐건 대통령과 일부 각료와 참모진 뿐
나머지 정책을 실제적으로 이끌어 가는 공무원 들은 바뀐게 없으니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으로 명을 달리한 어린 생명들의 명복을 빕니다

Hun.💊 님의 사진과 글을 옮겨 왔습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내과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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