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직업은 마술강사입니다.
굳이 구분을 두지 않고 마술사와 마술강사 2 영역을 모두 훌륭히 소화해내시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만...
저는 절대 마술사라고 저를 소개하진 않습니다.
마술을 시작한지는 16년
마술강의를 한지는 올해로 10년쨰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아직도 무대에 서서 마술을 하는 일은 낯설기만 합니다.
마술을 처음 업으로 삼았을 때에는,
비싼 돈을 들여서 무대공연용 턱시도를 맞추었습니다.
금액 자체로만 보면 제겐 무척 큰 1백만원 이라는 돈을 받고 20분간 공연해 본적도 있었구요.
지금 생각하면 이 공연이 계기가 되어 절대 무대에는 안서게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술은 아주 단순하게 나누면 크게 2종류 가 됩니다.
큰 마술
작은 마술
큰 마술이라 하면, 무대에서 마술사가 공중부양을 하거나, 미녀 조수의 몸을 자르고 붙이거나, 커다란 수조에
들어가서 자물쇠로 잠근 뒤 탈출을 한다던가 하는 규모의 마술입니다.
이은결 마술사나 최현우 마술사 처럼 유명하신 분들이 공연하는 분야가 큰 마술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작은 마술은 카드나 동전, 공, 스폰지, 줄, 그외의 작은 마술도구를 이용해서 소규모의 관객을 대상으로 공연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ㄴ
맞습니다. 제가 하는 것은 작은 마술입니다.
저는 큰 마술에는 크게 흥미가 없었고, 잘하지도 못합니다.
그 어떤 이들은 제게 큰 마술도 해야 돈 벌어먹고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마술을 해서는 마술업으로 살기 어렵다고 충고를 했습니다.
몇개월 정도는 비싼 돈을 들여서 1대1 과외를 받으면서 무대마술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게 큰 마술은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뭔가 억지로 필요에 의해서 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대 마술은 아예 안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절로 흥미를 끌면 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필요에 의해서 미리 연습해두는 일은 지양하기로 했습니다.
작은마술, 지금부터는 Close-up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겠습니다.
무대마술을 할 줄 모르니 마술로 돈을 버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강의 의뢰를 받았습니다.
가르친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무대마술을 할 떄 느꼈던 공포심이나 두려움 대신,
배우는 학생들의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면서 묘한 쾌감을 느끼는 저를 봤습니다.
처음 강의를 시작했던 2007년 당시에는
자가용이 없던 시절이라, 경남 진해까지 부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강의를 했습니다.
이동시간도 많이 걸리고, 강의료도 적었지만, 그 일을 한다는 자체에서 오는 기쁨이 컸습니다.
내가 가진 어떤 능력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2008년 주변의 마술지인들의 걱정어린 시선과 비하 섞인 눈빛을 견디며,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마술 강의를 개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강사로서의 삶을 시작합니다.
그들의 걱정은
1. 마술은 안정적인 직업이 될 수 없다.
2. 마술강사는 음.. 뭐랄까.. 마술사가 못되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크게 위 2가지 이유였습니다.
틀린 말 아닙니다.
매월 벌어들이는 돈의 금액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흔히 말하는 재테크라는 걸 하기가 무척 어렵고, 저축 계획을 잡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주변의 마술하는 지인들 중 몇몇은 제가 강의하는 일에 대해서 걱정 처럼 보이는 비하를 하기도 했습니다.
능력이 없어서 마술사가 못되기 때문에, 어설프게 마술강사를 하는 것처럼 취급했습니다.
마술계가 무척 좁아서 건너건너 여러 사람들을 자주 만나곤 했었는데,
뭔가 늘 당당하지 못했고, 그 사람들 역시 제 일에 대해서나 저에 대해서 그닥 관심도 없었습니다.
아 그 중 딱 한 분이 저를 칭찬해주신 분이 계시긴 했습니다.
술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떤 형님 한분이
제가 너무 주눅이 들어있고 눈치를 보니
야초야. 네가 현재 하는 일이 한국의 Close-up 마술사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하나의 표준이 될 수도
있는거야.
라는 말을 해주시더군요.
마술에 있어서 무척 존경하던 형님이었던지라, 그 분의 말이 큰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좀 더 자부심을 갖고 일하자고 다짐하게 된 계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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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년째 마술강의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마술을 했던 그 시절의 친구와 동생들 중 몇몇 분들은
유명한 마술사가 되었고, 알아주는 공연 기획자가 된 분도 계십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꾸준히 한 길을 잘 걸어간 분들이 성공 이라는 걸 하시더군요.
마술을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1.소중한 친구들이 생겼습니다.
--> 마술이 아니라면 만나지 못했을 친구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마술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여행을 가서든 어디에 있든, 마술로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기에, 자신있게 먼저 다가가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2.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에 출근할 필요가 없습니다.
--> 1년마다 재계약 이라는 부분은 늘 부담이 되긴 하지만, 대체로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면서 삽니다.
오전엔 스벅이나 카페 등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책 읽으며 마술 연습하면서 시작하고,
강의는 보통 4시 정도에 다 끝나서 그 이후에 저녁도 여유롭게 보내는 편입니다.
아내도 맞벌이를 하고 있는데, 제가 좀 더 여유가 있어 빨래나 청소 분리수거 및 각종 집안일을 처리하는 편...
-_-;; 이건 장점만은 아니군요..
3.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장모님께서 제 직업은 마음에 안들어하셨지만, 부모님께 부담 안드리고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부분을 좋게
보시더군요.
강의를 하지 않았다면 결혼은 훨씬 늦어졌거나, 아마 꿈꾸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2년 정도 일하면서, 어머님 차 사드리고, 집에 에어컨 바꾸고, 전세집 마련하고, 신혼여행 한달 유럽여행 경비와
결혼식 비용 일체를 제 힘으로 했습니다.
혼수와 지금 타고 다니는 차량은 아내가 마련해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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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강의라는 게 저에게 이렇게 좋은 일이었지만...
이제는 다른 일을 준비해야 할 때가 머지 않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보다 훨씬 생산성도 높아지고 강의의 질도 올라갔지만,
수강인원수가 예전에 비해서는 현저히 줄었습니다.
-학부모와 학교 측의 강사에 대한 갑질이 점점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강사로 일하면서 자존감을 많이 버리고 일을 해야 합니다.
-10년 이라는 세월을 일하고 보니, 저 또한 많이 지겨워지는 것 같아요.
근데 그렇다고 재미만을 추구하면서 모험을 하기에는 37살이라는 나이가 그닥 젊기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안정적인 기반을 다져나가면서 영리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저를 계속 누르고 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직업은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을 때는 분명 없어질거라고 믿습니다.
형편없는 질로 마술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유투브 등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서 예전 보다 훨씬 쉽게 마술을 배울 수 있습니다.(심지어 무료로 가르치는 곳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저 같은 분이 한둘이겠냐만, 조금은 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재미도 없을 글을 이리 길게 써서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어주신 분들에게는 감사합니다.
가라앉을 때까지 가라앉은 뒤에 다시 잘 올라가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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