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것 밖에 못해서 미안해.. 다시 만나면 절대 헤어지지 말자"
"아직도 내 마음이 거기까지 닿지 않아 돌아오지 못하는 걸까. 더 이상 숨어있지 말고 아이들, 선생님
손 꼭 붙잡고 가족들 품으로 돌아와줘."
12일 전남 진도 팽목항을 찾은 안산 단원고 체육교사 고창석(40) 씨의 부인 민모(36) 씨가 남편을 생각하며
쓴 편지 내용이다. 민 씨는 단원고와 바로 붙어있는 단원중의 교사다. 고 교사와 결혼한 지는 올해로 10년째다.
민 씨는 편지에다 "나한테 미안해서 그러는 거라면 견디고 견딜테니 제발 가족품으로 돌아와줘"라면서
"기다리는 것밖에 못해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다시 만나면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썼다.
민 씨는 첫째 아들(9)이 그린 그림 편지, 남편의 첫 제자인 신모(여·29) 씨가 쓴 편지와 함께 팽목항 등대 근처
고 교사 옷가지 등이 놓인 자리에 편지를 놔두었다.
사랑하는 이들의 편지를 보면 남편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바람에서다.
첫째 아들 고 군은 그림편지에다 왕관을 쓰고 환하게 웃고 있는 아빠를 포함해 단란한 4가족의 모습을 그린 뒤
"아빠 빨리 오세요"라는 서툴지만 간절한 그리움이 담긴 글씨를 써넣었다.
민 씨는 "남편은 아이들에게 직접 축구와 자전거타기를 가르쳐줄 정도로 자상한 아빠였고, 부모님께는 사위가
아닌 아들로 불릴 만큼 정이 많아 집안 대소사에 솔선수범했다"고 말했다.
고 교사는 또 바로 옆 학교에서 근무하는 부인을 점심시간 학교 담장으로 불러내 장미꽃잎차를 건네주면서
"받은 건데 당신이 좋아할 것 같아서 들고왔다"면서 활짝 웃는 자상한 남편이기도 했다.
민 씨는 "남편은 수영을 잘했고, 인명구조 자격증이 있었다"면서 "구조된 학생들 말로는 아이들을 구하고 난 뒤
다시 다른 아이들을 구하러 아래층으로 갔다는데 학생들을 구하느라 연락할 정신조차 없었나 보다"며 눈물을 훔쳤다.
민 씨는 "오는 19일이 큰 아이 생일인데, 그 전엔 꼭 가족 품으로 와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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