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10

어제 돌아가신, 김영애 씨 전해들은 썰 ........



벌써 10년 전 친구와 자전거 여행을 했어요.
 서울에서 완도까지..

 텐트 들고 노숙여행이었고 아침에 충남 논산 강경에서 출발해서
 전날 시간이 늦어서 치킨 사먹었기에 저녁에는 삼겹살 먹자고 벼르고 있었죠.


 동학농민운동 루트를 따르겠다면서
 저녁 숙박지 목표는 전북 정읍 황토현이었고 정읍 신태인 역 앞 정육점에 들러 삼겹살을 샀지요.

 C 정육점이라고.. 인터넷에서 보니 지금도 가게는 남아있고, 그 분이 아직 하실 지 모르겠지만.
 서울에서 왔다니까 고기 많이 주시고, 보리밥에 고추도 주시고 하여튼 잘 해주셨어요.


 어머님 정읍에는 뭐 있어요, 하니까. 모르면 내장산. 알면 황토현이 있다고.
 동학 썰을 풀어주실 줄 알았는데 황토팩을 아냐고 하더라고요.

 스킨 로션도 잘 안 바르는데 남정네들이 뭘 알겠어요.
 황토팩이니 어쩌고 김영애니 어쩌고 죄송하지만 뭔지, 누군지 모르죠.

 그 분은 부산 출신이고 친척인가 어머님이 정읍 출신이라 사업을 시작하셨던 걸로 알아요.


 아무리 화장품에 쓸 정도라 황토 많이는 안 퍼도 외지인이고, 사람들 시선도 안 좋을 거 아니까.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정읍시장 돌면서 다 인사를 드렸대요.

 저 티비에서 보셨죠? 김영애입니다.
 사업을 하게 되었는데, 정읍을 많이 알릴테니 잘 부탁드립니다.


 공장 짓고 좀 잘 되었는데 공장에 한달에 한 두번은 내려오면.
 자기 정육점에서 꼭 고기를 샀대요. 적게는 5kg, 많게는 30kg씩.
 그리고 그날 왔다가 그냥 왔다 가는 게 아니라 일하시는 분 다 모이게 해서
 공장 마당에서도 고기 구워먹고, 시내 식당도 빌려서 같이 저녁 먹고.
 다음날 아침까지 챙겨놓고 올라갔다고 하더군요.

 그냥 미리 사와서 먹어도 되는데 거기 흙 퍼가서 돈 버는데 그러면 안 된다고.
 번거로워도 정읍 신태인이나 정읍에서 시장을 다 봤다고 하더라고요.
 공장 물품도 정읍 시내에서 왠만하면 다 사려고 했다고.

 꼭 하루 묵으면서
 지나가는 사람이 손 한 번 잡아보자, 사인 해주세요 하면
 한 번 귀찮은 내색 안 했다네요.


 자기는 그래서 언니라고 부른다고.
 에이 이모 그건 아니에요, 진짜야 얘들아, 하면서.
 진짜 김영애 전화번호를 알려주더라고요.
 중년 여배우 번호 알아서 뭐하겠냐, 해서 적어두고
 주머니에 종이 쪼가리 넣고 오다가 그 다음날 비 와서 잃어버렸습니다만.


 영화 <변호인> 보면서
 저는 송강호보다 김영애 연기가 더 인상 깊었어요.

 흙 파서 장사하는 거 미안해할 줄 알고.
 그래서 올때마다 직원들 선물 사오고.
 일부러 신태인 와서 장 보면서 사람들 다 인사하고.
 마스크팩 공짜로 나눠주면 동네 화장품 가게 장사 안 되니.
 거기까지 가서 죄송하다고 이것만 나눠드리겠다고, 양해 구하고 했다던데.


 오늘 돌아가셨다네요.
 10년 전.. 어느 정육점에서 들은 그 누나의 썰이 기억 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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